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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통

마을명소 예산군 내의 아름답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발굴, 보전, 공유하기 위해 마을명소를 소개합니다.

No.242021-04-30Hits.795

신양면 차동리 마을명소

힘겨루기 돌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

  • 위치 신양면 차동리
    (충남 예산군 신양면 차동송정길 7-5 )
  • 대상물·시설분류 돌∙바위

지 역 : 예산군 신양면 차동리

소 재 : 힘겨루기돌, 차동리 주민들

시 대 : 근현대

내 용 : 누군가 지게에 져서 가져다 놓았다는 힘겨루기돌은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이 누구의 힘이 더 센지 겨루는 용도로 쓰였다. 돌의 명성답게 돌을 들어 올리는 데 성공한 이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도전자들은 번번이 실패했고, 돌을 소유한 차동리 사람들의 코는 괜히 드높아졌다. 힘겨루기돌은 그 존재 자체로 재미거리이지만 마을사람들에게는 축제의 장이자 화합의 장소를 제공해주어 의미가 깊다.


으라차차~ 힘자랑 한 판 벌여보세!


힘겨루기돌이 지금의 터에 자리 잡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소문에는 힘자랑하기 좋아하던 도깨비가 더 이상 씨름으로 자신을 상대해주는 사람이 없자

어떻게든 힘겨루기 할 방법을 찾다가 몰래 돌을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한다.

어떤 이는 사람들의 손이 미끄러지게 하려고 밤마다 찾아와

돌을 매끈하게 다듬는 도깨비를 봤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힘겨루기돌 자체가

도깨비가 변신한 것이라고도 한다.


“으라차차차!”

“으허야 에헤 잇차차!”

어디선가 사람들이 용쓰는 소리가 들린다. 뭔가 재미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왁자지껄 떠들썩한 소리를 따라가 보니 시커멓고 커다란 바위 여러 덩이가 기대어 서 있고 그 사이로 멋들어진 느티나무 몇 그루가 자라고 있는 곳에 스무 명쯤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바위 위에 걸터앉은 청년, 멀찍이 서서 서로 팔짱을 끼고는 찰싹찰싹 옆 사람을 때려가며 구경하는 여인들, 지팡이 짚고 마실 나왔다가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들른 할아버지, 양 볼에 흙을 가득 묻히고는 제 일인 양 넋을 놓고 흥분해있는 동네 꼬마 등 구경하는 계층도 꽤나 다양하다. 느티나무 가지 위엔 지나가던 황새 한 마리도 날개를 접고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구경할 채비를 마쳤다. 차동리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바위와 느티나무 사이, 옴폭 파여 있어 아늑한 새 둥지 같은 곳에서 장정 서너 명이 다리며 팔을 있는 대로 걷어붙이고는 힘자랑이 한창인 것이다. 장정들끼리 씨름 한 판이라도 벌이냐고? 아니다. 그들이 실랑이를 벌이고서 있는 이유는 바로 둥그런 돌 하나 때문이다. 바닥에 놓여있는 돌은 이름하여 ‘힘겨루기돌’. 성인이 두 팔로 한아름 품에 안을 수 있음직한 아담한 사이즈다. 누가 봐도 나라면 들어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만만한 생김새.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동글동글 매끄러운 자태는 손을 비집어 넣을 틈이 없어 힘 자체를 주기 힘들다. 작아 보이지만 무게는 100킬로그램이 훌쩍 넘어간다. 힘겨루기 규칙은 간단하다. 힘겨루기돌을 번쩍 들어 바로 옆 허리춤 높이에 있는 바위 위에 올려놓으면 이긴다. 자타공인 힘센 천하장사로 모두가 인정해준다.

이날, 아랫마을에서 힘 좋기로 소문난 개똥이가 돌 밑으로 팔을 넣어 가문을 걸고, 자존심을 걸고,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들어 올렸지만 힘겨루기돌이 들리기는커녕 약이라도 올리는 듯 ‘데굴’하고 굴러버렸다.

“와하하하하!”

빵 터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개똥이의 얼굴은 더욱 빨개진다. 개똥이와 같이 다니며 힘든 일은 도맡아 한다는 두봉이는 좀 더 힘을 쓰는 듯했다. 

무릎께쯤 올라왔을까 더 이상 힘을 주면 허리가 부러지든 손목이 부러지든 사단이 날 것만 같았다.

“오, 오, 오!”

돌이 올라가는 높이에 따라 구경꾼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입에선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털썩!

돌에 입이 있다면 돌이 내뱉었을 것 같은 얄밉고도 허망한 소리, 돌 떨어지는 소리.

“아아아……!”

구경꾼들의 탄식이 힘겨루기장 바닥에 쫙 깔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모두의 웃음소리.

“으하하하! 그게 쉬울 줄 알았어?”

“그럼 그렇지. 그게 들릴 리가 없지! 여직 든 사람이 손에 꼽는데두.”

윗동네 장사라는 덕칠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돌 들어올리기에 실패하자 에잇! 애꿎은 돌을 발로 찼다가 이내 고통을 두 배로 돌려받고는 발을 잡고 콩콩 뛰어 또 다시 웃음을 자아냈다. 힘겨루기돌에게 대패한 세 장정은 경쟁하던 아까와는 달리 서로 등을 두들기며 술 한 잔을 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삼삼오오 구경하던 이들도 낄낄낄 웃으며 저마다 흩어졌다.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면 힘겨루기 구경 갔던 이들이 각자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아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저 아랫마을에서 힘이 세기로 소문난 개똥이가 왔는디, 힘겨루기돌을 못 들더라고. 돌이 몸을 요래 한 바퀴 돌려 앉고는 꿈쩍도 않더라고.”

“하이고, 제아무리 힘이 세다고 혀도 아무나 못 들제, 그 돌은. 사람으로 둔갑한 도깨비나 되믄 들 수 있을까 몰러.”

“이참에 개똥이 그것이 코가 납작해졌겠구먼. 만날 지 힘세다고 뻐겨 뵈기 싫더니 꼴좋네!”

다른 집에서도 힘겨루기 이야기가 한창이다.

“난 그중에서도 개똥이가 힘이 제일인 줄 알았는디 그보단 두봉이가 낫더라고. 무릎까진 들어 올렸응게.”

“그것만 혀도 힘이 엄청시롱 센 거여. 그려도 우리 마을 쇠돌이 이길 사람은 없구먼. 갸는 우째 그것을 번쩍 들어 올려다 놨을까잉? 참말로 차동리

자랑이네, 자랑이여. 허허허!”

외지에서 찾아온 도전자가 실패하고 나면, 차동리 사람들은 본인들이 돌의 입장을 대신해 콧대가 높아지곤 했다. 돌을 들어 올린 장사가 나타났다면 그 사람은 가능하면 같은 차동리 사람이었음 하고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힘겨루기 한 판이 벌어지는 날에는 온 마을주민들의 관심이 몰리곤 했다. 이번엔 과연 돌을 들어 올리는 사람이 나타났을까? 어디 사는 누구일까? 우리 차동리에서 제일 힘이 센 쇠돌이보다 더 장사일까?

힘겨루기돌이 지금의 터에 자리 잡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이런 재미난 광경을 떠올린 누군가가 지게에 돌을 지고 여기다 가져놨다고 한다. 이렇게 무거운 돌을 지게로 지고 날랐다니 그 사람도 장사 축에 들 것이 틀림없다. 소문에는 힘자랑하기 좋아하던 도깨비가 더 이상 씨름으로 자신을 상대해주는 사람이 없자 어떻게든 힘겨루기 할 방법을 찾다가 몰래 돌을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한다. 어떤 이는 사람들의 손이 미끄러지게 밤마다 찾아와 하려고 돌을 매끈하게 다듬는 도깨비를 봤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힘겨루기돌 자체가 도깨비가 변신한 것이라고도 한다. 그런 도깨비의 노력 덕분일까. 힘겨루기돌을 들어올리기에 성공한 사람은 실제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 그들은 정말 장사 중에 장사였을까.

힘겨루기돌은 오늘도 그 만만한 자태를 뽐내며 가만히 앉아있다. 나 좀 한 번 들어보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