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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통

마을명소 예산군 내의 아름답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발굴, 보전, 공유하기 위해 마을명소를 소개합니다.

No.342021-04-30Hits.904

신암면 신택2리 마을명소

김해김씨 문중 묘역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

  • 위치 신암면 신택2리
    (충남 예산군 신암면 신택2길 31 )
  • 대상물·시설분류 구릉∙산

지 역 : 예산군 신암면 신택2리

소 재 : 문중 묘지, 명당, 효도

시 대 :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내 용 : 신암면 신택2리에는 김해김씨 후손들의 문중 묘역이 있다. 집성촌은 아니지만 마을에 살고 있는 후손들이 바로 곁에서 관리·보존할 수 있도록 조성한 것이다. 양지바른 곳에 듬직한 소나무들이 둘러서있고 예쁜 꽃나무들이 활짝 피면 봉분과 어우러지는 풍광이 아름다워 일손 바쁜 날이 아니라면 자주 들러보고 싶은 곳이다. 명당의 조건이 따로 있으랴, 후손들이 정성껏 보살피는 이곳이 바로 명당이다.


명당을 만들어가는 후손들


마음마저 고요하고 차분해지면서 옛 생각도 문득 문득 떠오른다.

살아계시던 날들이……. 하지만 그립긴 해도 크게 슬프진 않다.

이렇게 항상 곁에서 지켜봐주고 계시니까.

살랑 불어와 머리칼을 헝클어뜨리는 바람은 그분들의 손길이고,

들려오는 새소리는 그분들의 목소리다.

그래, 이곳은 명당이다.


예산엔 명당이 많다. 특히나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묏자리가 많아 남연군묘에 얽힌 실화와 같이 역사에 남을 일도 생길 정도다. 그러나 왕이 나올 정도의 특별한 풍수지리가 아니더라도 후손들이 돌아가신 조상을 잘 모시고픈 마음은 잘 살든 못 살든 어느 집이나 같아서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묏자리를 중히 여긴다. 현재의 나를 있게 해주고, 돌아가셔서도 후손들이 대대손손 잘 풀리도록 도와주시리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조상들을 섬기고 있는 것이다.

예산군 신암면 신택2리에도 김해김씨의 후손들이 문중의 이름으로 보존해온 소나무숲이 있다. 많은 인원이 모여 사는 집성촌도, 알아주는 명당도 아니지만 정성껏 조상들을 모시고 잘 관리해오고 있는 묘역이다. 한때는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울창한 소나무숲이라 불릴 때도 있었지만 묘역을 관리하면서 많이 정리된 상태다. 외따로 떨어진 곳이 아닌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 안에 함께 자리하고 있는 문중 묘역은 살면서 수시로 조상들을 돌보겠다는 후손들의 의지가 담겨있기도 하다.

효라는 것이 거창한 것은 아니다. 옛말에 ‘못난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한 일화를 살펴보자. 농사를 지어 자식 셋을 키우고 있는 부부가 있다. 농촌에 살고 있는 부부는 풍족한 살림은 아니지만 알뜰하게 돈을 모아 남부럽지 않게 자식 셋을 가르치려 애썼다. 그 결과 큰아들은 좋은 대학을 나와 모두가 우러러본다는 대기업의 임원으로 취직했고, 둘째딸도 많이 배워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부부는 두 자식을 볼 때마다 열심히 산 보람이 있구나 뿌듯했지만 늦둥이로 태어난 막내아들을 보면 속이 탔다. 막내아들은 공부에도 운동에도 취미가 없었고, 바깥세상에도 관심이 없어 장성했음에도 부모 곁에 계속 붙어있었다. 마을의 농사일을 봐주며 돈을 버는 일이 전부였다. 부부에게 막내아들은 소위 말하는 ‘출세’하지 못한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부부가 나이가 들고 점차 힘에 부치는 일이 많아지면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때가 많아졌다. 외부에 도움의 손길을 빌기에는 사소한 일이거나 비용이 발생하니 이럴 때 자식이 나서주면 좋겠는데, 큰아들도 둘째딸도 각자 사는 일이 바빠 일 년에 두어 번 보는 것이 다이니 차마 먼저 입을 떼기도 꺼려졌다. 그럴 때 큰 힘이 되어준 것은 바로 막내아들이었다. 어머니가 몸이 아프거나 피곤한 날에 뜨끈한 밥상을 차려오는 것도, 집안의 하수구가 막히면 어디가 문제인지 파악하여 기술자를 부르고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전부 막내아들이 알아서 도맡아서 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지병으로 앓아눕자 들쳐업고 곧장 병원으로 달린 것도 막내아들이었다. 노부부는 비로소 깨달았다. 손 벌리지 않고 각자 잘 살아주는 것도 고마운 일이지만 진정한 효도는 곁에서 자신들을 돌보고 있는 막내아들이 하고 있음을.

신택리의 김해김씨 문중 묘지는 늘 관리 받는다. 잔디는 반듯하게 깎여있고, 봄이면 울긋불긋 꽃이 핌과 동시에 솔잎은 더욱 푸르러 풍광이 아름답다. 제삿날도 명절날도 아니지만 봉분 위에 놓인 어여쁜 꽃 몇 송이가 곧잘 목격된다. 그 바람에 묘지는 외롭지 않다. 곁에서 묘를 돌보고 있는 김해김씨 후손들의 마음은 노부부의 막내아들과 같다. 명당이 따로 있으랴. 비록 돌아가셨지만 묻혀 계신 자리라도 깨끗이 돌봐드려야 마음이 편안한 것이 후손이라면, 죽어서라도 그런 후손들이 잘 되도록 빌어주고 살펴봐주고 싶은 것이 조상들의 마음일 터. 그래서 신택리의 김해김씨 문중 묘역은 후손들 이 만들어가는 명당인 것이다.

볕 좋은 날, 따뜻한 햇살을 품고 있는 묘역을 찾는다. 어디든 편하게 털썩 자릴 잡고 앉는다. 뭐 어떠랴.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우리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인 것을. 마음마저 고요하고 차분해지면서 옛 생각도 문득문득 떠오른다. 살아계시던 날들이……. 하지만 그립긴 해도 크게 슬프진 않다. 이렇게 항상 곁에서 지켜봐주고 계시니까. 살랑 불어와 머리칼을 헝클어 뜨리는 바람은 그분들의 손길이고, 들려오는 새소리는 그분들의 목소리다. 그래, 이곳은 명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