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민소통

마을명소 예산군 내의 아름답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발굴, 보전, 공유하기 위해 마을명소를 소개합니다.

No.382021-04-30Hits.821

예산읍 향천리 마을명소

삽티공원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

  • 위치 예산읍 향천리
    (충남 예산군 예산읍 예산로 320-17 )
  • 대상물·시설분류 휴식∙위락시설

지 역 : 예산군 예산읍 향천리

소 재 : 삽티공원, 예산의 어린이, 주민들

시 대 : 현대

내 용 : 오랜 시간 예산군민의 소풍장소로, 휴식처로 사랑받아온 삽티공원은 사유지였다가 지자체의 매입과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더욱 편안한 쉼터로 탈바꿈하였다. 늘 곁에 있어서 깨닫지 못하지만 어른들에겐 어린 시절의 추억이 어려 있고, 아이들에겐 몸으로 뛰어놀 수 있는 예산군민의 공간임을 다시금 각인시켜준다. 모두가 웃음 지을 수 있는 행복한 삽티공원에서 예산의 다가올 파란만장 천백 년도 기대해볼 수 있다.


모두가 웃음 짓는 행복한 삽티공원



옛날보다는 풍족해지고 살기 좋아졌다 한다. 그래서인가, 예산토박이인 나는 계절이 바뀔 적마다 어딘가로 나서고 싶다. 봄은 봄꽃이 펴서, 여름은 더위를 식히러, 가을은 낙엽을 밟으려고, 겨울은 쓸쓸하고 낭만적인 운치를 위하여. 아이들은 제법 커서 예산 도심에서 중학교와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키울 만큼 키웠으니 나도 내 시간쯤 즐겨도 되지 않겠나.

그런데 막상 어딜 나서려고 하면 많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가로막는다. 물리적인 거리와 비용과 가봐야 알 수 있는 만족의 정도……. 이쯤 되면 깨나 깐깐한 아줌마란 소릴 듣겠지. 망설인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마냥 집에만 있기엔 무료해서 무작정 읍내로 나왔다. 커피숍에 들러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테이크아웃한 다음 우연히 들른 곳, 삽티공원.

바야흐로 봄이었다. 노랗게 빨갛게 꽃봉오리가 벌어진 수줍고도 우아한 튤립, 많진 않지만 핑크빛 낭만이 배어있는 꽃비를 뿌리는 벚꽃들. 신록의 싱그러움 역시 공원 주변 산에도, 연못 위 개구리밥에도 가득 내려앉아있었다. 운동화를 신고 나오긴 했지만 구두를 신고 왔어도 편하게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잘 닦여진 산책로. 가슴이 설레고 뻥 뚫리는 청량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꺅꺅 소리 지르며 뛰어노는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아, 왜 진작 이곳에 와볼 생각을 못했을까!

벤치에 앉아 봄을 만끽하다가 산들바람에 스르르 눈을 감았다. 아련하게 떠오르는 흑백의 추억. 찰랑거리는 단발머리를 단정히 귀 뒤로 넘기고선 하얀 칼라가 어여쁜 검정 교복을 입고, 좋아하는 남자 선생님 곁에 서서 수줍게 사진을 청하던 어린 시절의 나. 그래, 그랬었지. 그날의 기억이 사진으로 남아있는데. 70년대만 하더라도 예산 읍내의 초중고등학교들의 소풍 장소는 향천사와 예당저수지와 더불어 삽티공원이 인기였다. 아니, 인기가 아니라 당연하다는 듯 택하는 단골 장소였다. 사유지였지만 무료로 개방해놓았기에 누구나 가서 즐길 수가 있었고, 공원의 주인이 불교에 심취했던 듯 공원 내 곳곳에는 작은 불상 같은 것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담하고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아서 늘 경치가 아름답고 운치 있었다. 그래서 예산읍민들에게는 오랫동안 편한 휴식처로 자리 잡았었다.

오늘 찾아온 지금의 삽티공원은 지자체에서 매입하여 주민들이 직접 꾸며보는, 주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이 되어 있었다. 불교적인 색채는 자취를 감추었고, 잘 정비된 산책로와 연못,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과 그늘을 피할 수 있는 평상들이 도처에 자리했다. 그래, 사실은 조금 아쉬운 마음도 없지 않다. 내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이기에 변화의 바람이마냥 달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삽티공원의 지금 모습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한 바퀴 쭉 둘러보고 나서 떠오른 두 단어. 가족, 그리고 어린이.

공원의 한가운데에는 작은 산처럼 솟아오른 놀이시설이 있다. 경사면은 밧줄을 잡고 기어오를 수 있게 만들었고, 산 아래에는 작은 터널 두 개를 뚫어 아이들이 허리 굽혀 지나다니도록 만들었다. 누가 봐도 신나게 몸으로 뛰어놀라는 의미임을 알겠다. 둘레 둘레 홈을 파서 나무타기를 할 수 있도록 세워놓은 원통형의 나무 기둥도 여러 그루 서 있다. 커다란 연못 위를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일 테지. 흙모래와 나무가 주재료인 놀이시설은 어른인 우리가 어렸을 때 그렇게 놀았던 것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었다. 주변에 풀과 나무들이 많으니 곤충이며 작은 산짐승도 쉽게 만날 수 있으리라. 자연관찰학습장이며 체력단련장인 셈이다.

공원의 한가운데 있는 아이들의 놀이공간을 빙 둘러싸고 조금 높은 비탈면 위에 지붕 달린 평상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다. 마치 무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객석을 마련한 공연장 같은 구조다. 이곳에서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지친 다리를 쉬게 하고 더위를 식힐 수 있다. 김밥이나 음료수를 준비해왔다면 바로 가족소풍이 되는 것이고. 앉아있기 따분하다면 잠시 일어나 산책로를 따라 공원 한 바퀴를 찬찬히 스윽 돌고 와도 된다. 삽티공원 한 바퀴를 다 돌면 꽤 긴 거리이기 때문에 은근히 운동도 되고 땀도 난다. 좀 더 난코스를 원한다면 산책로 옆으로 비스듬히 난 등산로를 따라 얕은 산등성이를 올라도 좋다. 고작해야 20분 코스라 부담이 없다. 3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삽티공원은 여전히 삽티공원이구나!

혹자는 어린 시절 운치가 사라졌다 해도 난 지금의 삽티공원 역시 너무나 마음에 든다. 개인의 노력이 아닌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 가꾼 우리 모두의 공간이라서. 예산의 미래인 어린이들이 책상을 떠나 자연을 마음껏 즐기고 몸으로 뛰어놀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라서. 그리고 마음 편하게 아이들을 돌보고 적당한 운동과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가족을 위한 공간이라서.

삽티공원은 예산군민 우리 곁에 있었다. 고마운 일이다.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는 사실이. 사르르르. 봄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을 날린다. 문득 아이들 생각이 났다. 다음엔 혼자가 아니라 아이들도 데려와야지. 회사 일에 찌들어있을 남편도 함께 와야지. 그리고 좀 더 짬이 난다면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유부초밥이랑 쇠고기김밥도 싸가지고 와야지. 그러고 보니 참, 어쩔 수 없는 엄마구나 나는. 혼자 풉 하고 웃어버렸다. 어디 보자, 작은 아이 올 시간이 다 되었군. 오늘 하루 홀로 바람난 날라리 엄마는 이제 가족을 맞으러 집으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