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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통

마을명소 예산군 내의 아름답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발굴, 보전, 공유하기 위해 마을명소를 소개합니다.

No.572021-05-05Hits.802

광시면 서초정1리 마을명소

방앗간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

  • 위치 광시면 서초정1리
    (충남 예산군 광시면 서초정1길 45 )
  • 대상물·시설분류 판매시설

할아버지의 대물림

아버지의 혼이 곁들여있는 방앗간



예산군 광시면 서초정리 1119-11에 위치한 마을 방앗간은 현재 박문국(54) 윤선예(54)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방앗간 유래는 1960년대로 거슬로 올라간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박상명)는 교통수단이 힘들었을 때 마차에 발동기를 싣고 다니면서 아산까지 방아를 찧으러 다녔다.

어느 겨울날, 폭설로 길이 살 얼음판이 되었다. 마차는 길 위에 갇혀 오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마을에서는 일 나간 부자가 걱정돼 손발이 닳도록 안녕을 빌었다고 했다. 미끄러움에 장사없다고 소가 넘어지고 기계가 엎어 지려는 상황이지만 할아버지는 큰 눈을 대비해 마차에 연탄재를 가득 실어 두고 눈이 많이 내린 길마다 연탄재를 뿌려 밤새 집앞까지 사고없이 도착하셨다고 했다.



아산까지 일을 다니다가 1960년대 서초정 방앗간을 지었다. 비록 허름한 집이지만 3대가 함께 살며 삶을 꽃피웠다. 박씨는 중학교시절부터 아버지 일을 도우며 어깨 넘어로 배워온 일이 지금의 천직이 될 줄 몰랐다고 했다. 봄이 되면 눈을 뜨고 겨울이 되면 눈을 감듯 세월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며 성장했다.

때로는 일이 너무 힘들어 아버지 일을 절대 물려 받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옆에서 일손을 도왔지만 본격적으로 방앗간을 운영한지는 8년이(2011년) 되었다. 두 아들을 키우며 좀더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살았지만 아버지의 땀 냄새가 가슴 깊이 젖어들어 이제는 천직으로 받아들이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박씨는 동네 어르신들이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쌀을 운반해주기도 하며 봉사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믿음이 없다는게 참 속상하고 힘들다고 했다. 방아를 찧으면서 혹시라도 쌀이 덜 나올까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받은 일이 한 두번이 아니라고 했다.

양심을 걸고 부끄럽지 않게 이 길을 걸어왔는데 믿음없이 일을 맡긴다는 게 더 슬픈 현실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부부를 믿고 멀리서도 방아를 찧으러 오고 모든걸 사장님 손에 맡기고 가는 분들이 더 많아서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고 했다.

벼를 말릴 때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일이 끝나면 밤 10시는 되어야 잠자리에 들고 휴일도 없이 일터에서 전쟁을 치른다. 남은건 부부의 온 몸에 붙인 파스이지만 두분이 열심히 살아온 땀의 결실이기도 하다.

두 아들에게는 방앗간을 물려주기 보다는 자신들의 꿈을 찾아 가기를 바란다며 큰아들은 선생님이 되어 기쁘다고 했다. 작은 아들은 농담삼아 방앗간 할까? 하며 너털웃음은 짓곤 한다.

앞으로 30년정도는 잘할수 있을거라고 다짐하며 노후된 기계를 바꾸고 보다 깨끗한 시설로 자리잡고 싶다고했다.

 


모든것이 기계화된 세상에서 살아남기 힘들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혼이 담겨있는 방앗간이 가슴에서 살아 숨쉰다. 지난해(2018) 지병으로 아버지(박상명 83)가 돌아가셨는데 동네 주민들도 열심히 살아온 아버지의 넋을 위로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7월 칠석이면 마을을 위해 작은 정성도 보이며 아버지를 본받아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며 환하게 웃는다. 시집와서 고생하는 아내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인데 표현을 하지 못한다며 멋쩍어 한다.

서초정 방앗간을 가는길은 냇가를 타고 올라간다. 주차를 하고 눈에 들어온건 고운 모습에 수건을 두른 어머니였다. 가을처럼 붉은 옷을 입으셨는데 어찌그리 고운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방앗간 안을 들여다 보니 오래된 기계들. 손때가 묻어있는 도구들이 정겹게 느껴진다.

어릴적 마을에서 방아 찧을 땐 밖에까지 먼지가 나서 캑캑 거렸다. 그날은 돼지고기를 먹어야 먼지가 씻겨 나간다고 했던 할머니 말씀이 생각이 난다.

부부에 대한 걱정이 살짝 들었다. 요즘은 마트나 인터넷에서 쉽게 쌀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옛어르신들 말씀에 약이든 먹는 것이든 모든 것이 정성으로 지어야 된다고 했다. 박문국 사장은 방앗간을 찾는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해 밥맛 좋은 쌀을 만들고 정직하게 살아갈것이라고 말했다.



갓 말린 곶감을 내어주시며 환하게 웃는 사모님의 미소가 가을 햇살같았다. 서로를 배려하며 걱정해주는 부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쌀가마니가 방앗간 곳곳에 가득 쌓여 있는걸 보니 부부가 살아오면서 덕을 많이 쌓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사진 강은주